산행기

영남알프스 종주 산행기

산벗 2006. 10. 28. 20:40

2006.10.21 오후10시30분경 영남알프스 종주 무박산행을 위하여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천호동 국민은행 앞에서 10시45분 출발한 산악회 관광버스는 중부, 영동, 중부내륙, 경부고속도로 등을 거쳐 이번 산행들머리인 밀양 표충사로 달린다.


영남알프스는 울산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걸쳐 모여 있는 해발 1천m급 이상의 8개산(가지산:1240,운문산:1188m,고헌산:1032m,천황산:1189m,재약산:1108m,신불산:1208m,간월산:1083m,영축산:1059m)군을 지칭하는 것으로 유럽의 알프스와 그 풍광이 버금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와 비슷한 사유로 이름 지어진 충북알프스(속리산을 가운데 두고 활목고개부터 구병산까지 구간)도 있다.

 

영남알프스는 1천m에 가까운 높은 지역에 광활하게 펼쳐진 평원이 이국적 풍광을 자아내는 곳으로 재약산과 천황산 주변에 있는 1백여만평의 사자평원,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에 있는 60여만평의 신불평원, 또 간월재 주변 10여만평에 펼쳐져 있는 억새군락지가 명물이며 가을에는 이 광활한 평원에 장엄하게 펼쳐진 억새밭의 흰 물결이 등산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이번 산행코스도 이러한 광활한 억새밭의 흰색물결의 감동을 맛보고자 영남알프스 중 위쪽에 서에서 동으로 뻗어있는 운문산 가지산 고헌산을 제외하고 배내고개를 중심으로 북에서 남으로 두 갈래로 뻗어있는 나머지 5개산을 종주키로 하고 표충사를 들머리로 하여 흑룡폭포-층층폭포-고사리분교-재약산-사자평원-천황산-샘물상회-능동산-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함박등-채이등-청수중앙능선을 거쳐 배내산장으로 하산하는 30km가 넘는 코스를 선택했다.

2년 전에는 이번 코스의 절반정도의 거리인 석남터널-능동산-천황산-재약산-고사리분교-표충사로 하산하는 코스도 무박으로 넘었는데 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직장 후배와 함께 강행키로 한 것이다

 

서울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비몽사몽간을 헤매는 사이 여주휴게소와 청도휴게소에서 잠깐씩 쉬고 3시30분 산행 들머리인 표충사에 도착했다. 40여명의 산객 중 배내고개부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등 절반 코스만 산행할 7~8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표충사 옆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04년11월13일 촬영한 재약산 등산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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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산행임을 감안하여 속도가 빨라지는 후배의 템포를 늦추며 헤드랜턴의 불빛을 쫒는 사이 어느새 앞서가던 산객들이 하나 둘 뒤처진다. 야간 산행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면 초반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간과한 산객들이 벌써부터 힘들어 하는 것이다.


산행시작 1시간쯤 되었을까? 계곡을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가 나온다. 이곳은 층층폭포가 있는 곳 같은데 폭포의 물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2년 전인 2004년11월 초에 왔을 때는 쏟아지는 물줄기가 아주 시원 했는데 오늘은 가을 가뭄으로 물이 거의 마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흑룡폭포도 어둠속에 위치도 확인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쳤다. 이쪽 등로는 이 두 폭포가 포인트인데.......

(`04년11월13일 종주시 촬영한 흑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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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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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폭포 조금 위에 있는 지금은 폐교되어 철거되고 없는 고사리분교를 지나 임도에서 벗어나 바위 돌들이 널려있는 너덜길을 조금 오르니 주변의 잡목들이 키가 작아지며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이 부근 오른쪽부터 사자평이 시작되는 곳이다. 낮이라면 시원하게 펼쳐진 사자평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재약산을 즐겁게 오를 텐데 밤안개가 심하게 끼인데다가 밤이슬에 바지 자락이 젖어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다.


오전 5시30분경 오른 재약산(천황산과 재약산을 재약산이라 통칭하고 이곳은 수미봉, 천황산을 사자봉이라고도 한다) 정상에는 바람만 세차게 불뿐 주변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상 표지석만 촬영하고 바로 천황산으로 향하는데 바위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이라 길 찾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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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안개를 뚫고 6시20분 천황산에 도착하니 날은 어느새 밝았지만 짙은 안개 와 이슬로 몸은 비를 맞은 듯 젖어있다.

천황산 정상 사자봉에서 바라보는 사자평과 남서쪽의 간월 신불 영축산, 북동쪽의 가지 운문산등의 조망이 정말 일품인데 안개로 2~30m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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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봉 능선에서 본 운문산:`04년11월13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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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과 천황산:`04년11월13일 촬영, 파란지붕이 샘물상회다 ) 첨부이미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능동산을 향하다 사자평의 끝자락에 있는 샘물상회에 도착했다. 샘물상회 주인아줌마의 사나운 인심을 온몸으로 느끼며 아침을 해결하고 능선의 오솔길과 임도를 들락날락하며 다시 능동산으로 향했다.

2년 전 이곳 능선 임도에서 맞은 일출은 감동 그 자체였다. 목장 길을 따라 걸으며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는 그때의 황홀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04년11월13일 사자평 임도에서 촬영한 일출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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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경 오른 능동산 정상은 천황산과 마찬가지로 돌탑과 정상석이 있으나 조망은 잡목에 가려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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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산에서 배내고개로 내려서는 중간에 석남터널 및 가지산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조금 내려서니 주차장이 넓은 배내고개가 나온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사자평원으로, 남동쪽으로는 신불평원 쪽으로 가는 들머리다. 많은 등산객이 여기서 양쪽으로 산행지를 정하는 것 같다.

(배내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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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스팔트 도로를 횡단하여 배내봉으로 출발했다. 배내봉으로 오르는 초입 등로는 비가 오면 물길이 된 듯  수로처럼 깊이 패여 있다. 배내고개에서 25분 남짓 오르니 헬기장과 좌측으로는 오두산 정상 우측으로는 간월산이라 표시된 표지판이 서있는  능선 정상이 나와 이곳을 배내봉으로 착각 기념촬영을 하고 조금 더 진행하니 9시26분 배내봉 정상석이 서있는 진짜 배내봉이 나온다. 그러나 이곳 정상에서도 안개로 주변조망을 할 수 없어 아쉬움만 남기고 간월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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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산으로 진행하는 동안 안개가 오락가락 하여 간간이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도 하였으나 대체적으로 흐리고 안개 때문에 별 감흥도 없고 후배는 등산을 자주하는 친구인데도 오늘은 자꾸 처진다.

분위기 반전과 기력 회복을 위해 간식을 하며 20여분 충분한 휴식을 하고 10시45분 오늘의 5번째 산인 간월산 정상에 도착했다.

바위 암봉으로 이루어진 그리 넓지 않은 간월산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배내봉 쪽에서 올라올 때는 등산객이 거의 보이지도 않았는데 어린 아이들과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도 많은 것을 보니 아마 간월재 쪽에서 올라온 듯하다.

여기서도 역시 그놈의 안개 때문에 그 좋다는 풍광도 보지 못하고 날씨를 원망하며 간월재로 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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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산 정상에서 조금 아래 암릉을 돌아서자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드디어 간월재와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로 아래는 간월재와 그 주변의 황금빛 억새밭이, 멀리 남쪽으로는 신불산 쪽의 스카이라인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새벽에 통과한 재약 천황산이, 동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의 언양 TG가 보인다.

이제야 왜 이곳을 영남알프스라 부르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스위스의 융프라우 아래에 있는 인터라겐에서 융프라우로 오르는 기차를 타고 가며 눈에 들어오는 녹색의 넓은 고원과 그 위로 보이는 눈 덮인 하얀 고봉, 그리고 그 녹색의 초지 사이로 열심히 스틱질을 하며 걷고 있는 트래킹 족들, 이러한 풍광을 보며 느꼈던 유럽 알프스와는 다소 그 느낌의 차이는 있지만 이곳 나름대로의 독특한 풍광이 분명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좌측으로는 절벽과 암릉이 어우러져 멋진 자연의 미를 뽐내고 있고 바로 앞에 펼쳐진 황금빛 억새밭, 그리고 나무 데크로 예쁘게 만들어진 간월재 좌우로 구불구불 나 있는 고갯길과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에 멀리 고산군의 스카이라인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다만, 동쪽의 언양TG 쪽 방향에서 올라오는 고개는 너무 가파라서인지 차량 통행이 제한된 것 같으나 서쪽의 배내고개를 통과하는 69번 지방도에서 올라오는 고갯길에는 차량들로 주차장이 되어있고 이로 인하여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이 아쉽다.

(급경사를 굽이굽이 올라오는 언양쪽 간월 고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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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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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에서 올려 본 간월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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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재약산과 천황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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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의 넓은 데크를 가득 메운 채 술과 음식을 먹고 있는 행락객을 뒤로하고 신불산으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후배가 또 처지기 시작한다. 덕분에 체력 소모도 줄이고 가끔 뒤를 돌아보며 여유롭게 감상하는 주변 풍광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기에 산행을 인생에 비유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며 환희와 고통이 있듯이........

 

(신불산쪽 능선에서 본 간월산과 69번 지방도쪽 간월 고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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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에서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 능선 봉우리에 다다르니 신불산까지 능선이 완만하고 비교적 넓어 이곳이 해발 1천m를 넘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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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신불산 정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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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55분 드디어 이번산행 중 최고봉이자 6번째 산인 1208m의 신불산 정상에 도착했다. 비교적 넓고 평평한 정상에는 각각 다른 단체서 세운 3개의 정상석이 서있고 바로 아래에 포장을 치고 스낵류와 동동주 등을 팔고 있었다. 캬~~ 단숨에 들이켠 동동주의 시원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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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에서 바라보는 신불평원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해발 1천m 내외 높은 고원의 장엄함! 넓은 대평원 억새밭의 황금물결! 탁 트인 시야! 세치 혀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다.

신불재 주변의 억새밭은 나무 계단과 어우러져 그중 아름답고 신불재에서 나무계단을 완만하게 오른 능선부터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60여만평의 신불평원의 모습은 그 장엄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이 황금빛 억새밭 속에 하나 둘씩 드문드문 서있는 파란 소나무........ 좌측으로는 전혀 다른 세상인 듯 가까지른 바위절벽과 암릉.......

이 모든 것이 조화되어 참으로 묘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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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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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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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재 억새밭 나무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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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에 멀리 영축산 정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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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좌측의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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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신불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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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결 속의 푸른 소나무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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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너머로 멀리 바위봉인 영축산 정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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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을 완만하게 가로질러 드디어 12시50분 마지막 7번째 봉우리인 영축산에 도착하니 정상은 커다란 바위 봉우리다. 역사가 깊은 통도사를 품고 있는 유서 깊은 영산이라 그런지 이산의 이름은 축서산 취서산 영취산 영축산 등 4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최근에 관할청인 양산시에서 영축산으로 통일해 부르기로 정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에는 아직까지 취서산 영취산 영축산 등 3개의 정상석이 서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신불평원의 황금벌판이 넓게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는 암릉과 단풍으로 물든 산이 무척 대조적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이름의 정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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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정상에서 본 신불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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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축산 남쪽의 암봉과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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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간식을 나눠 먹고 산악회 선두대장과 우리 포함 5명이 선두 그룹이 되어 오후1시5분 하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말이 하산이지 함박등 등 봉우리 3~4개를 넘은 후에야 본격적인 하산길인  중앙능선에 도착했다. 영축산에서 중앙능선까지는 뾰족뾰족 솟은 암봉들과 좌측의 절벽 등의 풍광이 또 다른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준다.

 

(함박등 능선에서 본 영축산쪽의 암봉들,가장 뒤가 영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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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능선 초입에서 본 시살등쪽 능선 아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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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능선의 하산길은 험하지는 않지만 경사가 심하여 내려가기도 만만치가 않다. 장거리 산행의 후반이라 무릎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아 스틱에 더욱 의존하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오후 3시6분 드디어 산장과 음식점등이 있는 배내골이다.


하산을 같이 한 산객과 어울려 하산주로 막걸리를 나누며 장장 12시간의 장거리 산행을 마치고 귀가길에 올랐다.

 

(돌아오는길에 잠시 들린 밀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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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      산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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