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 종주기
○산행일자 : 2005년8월21일(흐림)
○산행코스 : 이화령-조령산-신선암봉-3관문-마패봉-신선봉-새재매표소
○소요시간 : 총 5시간50분(9시30~15시20분)
2005년8월21일 오전7시15분 천호동 국민은행 앞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9시25분 이화령 정상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이화령은 충청북도 괴산과 경상북도 문경을 가르는 도경계로서 현재 세 개의 도로가 통과 하고 있다. 하나는 원래의 3번국도로서 터널이 없는 도로이고 두 번째는 원래의 꼬불꼬불한 이화령을 터널을 뚫어 개선시킨 새로운 3번국도이며 세 번째는 역시 터널로 이화령을 통과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이다. 그중 조령산을 등반하려면 원래의 3번 국도를 이용하여야 한다.
이번산행은 이화령에서 시작하여 조령산 신선암봉 문경새재3관문 마역봉(마패봉)까지는 백두대간을 탄 다음 마역봉에서 좌측의 신선봉을 오른 후 문경새재 매표소로 하산하는 종주산행이다.
버스에서 내려 등산 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들머리를 출발한 시각이 9시30분. 들머리에서 20여 미터를 진행하다 바로 좌측으로 틀어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헉헉~ 헉헉~ 초반부터 가파른 경사가 계속되자 아래 위서 거친 숨소리가 스테레오로 들리고 앞서가던 회원들이 하나 둘 숨을 고르며 멈춰서는 사이 어느덧 선두에 합류한다.
조령샘은 어디에 있는지 보지도 못하고 발끝만 보고 내쳐 걸은 끝에 7~8개의 헬기장을 지나 드디어 1,026m 조령산 정상에 도착했다. 10시30분 이화령을 출발한지 1시간만이다. 정상 주변의 나무들 때문에 조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동쪽으로 조금 비켜서면 주흘산이 정면에 보이고 그 좌측으로 부봉이, 북쪽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신선암봉 923봉 깃대봉 등이, 그 뒤로는 멀리 월악산도 보인다.
조령산 정상에서 북쪽능선을 따라 신선암봉 923봉까지 가는 길은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 같다.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바로 급경사지역이 나오고 로프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직벽에 가까운 암릉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화령에서 올라오는 남쪽 능선은 흙으로 된 육산이었는데 정상을 경계로 북쪽능선은 암릉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신선암봉 직전에 만나는 대 슬랩지대는 또 설악산 용아장성을 떠올리게 한다. 긴 로프를 잡고 등날을 오르니 우측으로는 낭떠러지인 바위턱이 나오고 이곳을 조금 어렵게 오르니 좌측으로는 까마득한 절벽인 대 슬랩이 나온다. 설치된 로프를 잡고 기어오르면서도 오금이 저린다.
신선암봉(937m)에 올라 보는 주변의 풍광이 장관이다. 동쪽으로 보이는 부봉 6개의 암봉 중 앞에 보이는 3개의 암봉은 마치 바위를 손으로 깎아놓은 것처럼 미끈한 것이 예술이다. 새재 건너 한 눈에 들어오는 부봉, 주흘산의 영봉과 주봉, 그리고 그 아래의 푸르른 녹음. 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에 흠뻑 취해 한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계속되는 암릉을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어느새 암릉 타기를 즐기고 있다. 로프가 설치된 직벽이나 기어오르는 바위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제 재미가 없다. 그렇게 몇 개의 봉우리를 넘다보니 깃대봉 삼거리가 나온다. 깃대봉 10분, 3관문 2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표시돼있다. 12시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깃대봉을 다녀올까 하다가 허기도 지고 지치기도 해서 미련 없이 3관문으로 향한다.
오후 1시2분, 드디어 3관문에 내려섰다. 한 바퀴 둘러본 후 벤치에 앉아 점심을 해결한다. 산악회에서는 마역(마패)봉까지만 산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나는 신선봉까지 연장 산행키 위하여 신선암봉이후 선두대장을 뒤로 하고 단독 산행을 한 탓에 혼자 먹는 김밥이 더 목이 멘다.
30분 가까이 휴식 후 1시30분 마역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된비알에 이제 허벅지가 땡긴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가까스로 마역봉 정상에 올라서니 1시56분, 사각형의 작은 정상석이 반긴다. 마역봉은 해발 927m로 일명 마패봉으로도 불린다.
정상은 5~6명만 올라서도 꽉 찰 정도로 좁지만 남쪽으로는 지나온 조령산과 주흘산 등이, 북쪽으로는 월악산의 영봉 만수봉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역봉에서 신선봉까지는 암릉으로 된 능선 길이다. 신선봉도 암봉으로 되어있어 정상 직전의 암릉은 조금 짧기는 하지만 2~3m의 수직 바위를 기어오르기도 하고 슬랩지대를 오르기도 하는 등 제법 릿지의 맛을 느끼며 오를 수 있었다.
정상(967m)에 오르니 2시30분, 사방이 확 틔어 전망이 아주 좋다. 암봉의 묘미는 또 이런 전망에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북쪽으로는 월악산의 영봉과 만수봉 등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조령산과 그 아래 새재 매표소 이화여대 수련관이 있는 고사리 마을이 굽어보인다. 정상 바위에 앉아 마지막 봉우리를 밟은 벅찬 감정을 추스르며 지나온 봉우리들과 능선을 바라보며 산행과정을 되새겨 본다.
마지막 남은 물을 단숨에 마시고 조령산휴양림 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을 시작한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정상 바로 밑의 바위를 로프를 잡고 내려가자 이내 경사가 비교적 급한 너덜길이 나온다.
너덜길이 끝나갈 무렵 한적한 계곡에 몸을 담구니 5시간의 산행피로가 시원하게 가시는 듯하다.
땀에 쩔은 옷을 갈아입고 계곡을 막 벗어날 무렵 이게 웬일? 젖은 돌에 미끄러져 바위모서리에 팔을 찧으며 넘어진다. 스틱이 또 부러졌다. 이번에는 부러진 스틱이 문제가 아니다. 바위에 찧은 팔뚝이 마치 계란을 넣은 것처럼 금방 부어올랐다. 뼈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기는 하지만 참 낭패다.
그 어렵고 더 미끄러운 길도 잘 넘어 왔건만.......... 방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산행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자만은 금물, 항상 산에 대하여 겸손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며 3시20분 새재매표소에 도착하여 산악회에서 준비한 막걸리 한통으로 부상의 안타까움을 달래는 것으로 약14km 총 5시간50분간의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