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술 이아기

산벗 2005. 6. 16. 17:05

술 이야기

  술의 유래는 잘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어느 문헌에 의하면 술을 최초로 만든 생명체는 인간이 아닌 원숭이 라고 한다.
원숭이가 나무등걸의 갈라진 틈이나 바위의 움푹 패인 곳에 과실 등을 보관한 것이 자연 발효된 것을 인간이 먹어 보고 맛이 좋아 그대로 따라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술을 일명 원주(猿酒)라 한다고 한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신과 인간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바쿠스(Bacchus)라는 신이 술을 만들어 그 양조법을 전파했다고 하며 이 바쿠스 신을 일명 디오니소스라고도 하고 주신(酒神) 또는 황홀경의 신이라고도 부른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오시리스 신이 보리로 술 빚는 법을 가르쳤다고 하며 중국에서는 하나라의 시조 우왕 때 의적이 처음 곡류로 술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는 전설이 있다.
이 모두 술의 유래에 관한 전설 일뿐 정확한 그 기원은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인류가 농경과 목축을 하기 이전부터 술은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원시인들은 발효를 증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풍요 및 여성의 생식작용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한다. 그 예로 중동지역의 원시종교에서는 술에다 물을 섞어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거행하는데 여기서 물을 남성으로 상징하여 음양화합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또 우리의 전통혼례에도 혼례가 성립되는 조건으로 신랑신부가 합환주라 하여 서로 잔을 바꾸어 마시는 예식이 있다.
이렇듯 술은 음양화합, 남녀간의 사랑을 상징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 주색(酒色) 즉, 술과 여자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다. 
어찌 보면 그런 술의 상징적 의미나 술 하면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모두 술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거나 흥분시키는 묘한 성분'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술의 묘한 성분은 또 인간의 희로애락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희석시키기도 하여 즐거울 때나 슬플 때도 술을 찾게 만든다.
 
술은 잘 쓰이면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지만, 잘못 쓰이면 패가망신 한다. 술 때문에 벌어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 말고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과 여자와 관련된 일화는 수없이 많다.
폼베이의 유적이 보여 주는 바와 같이 로마의 멸망도 따지고 보면 술과 여자를 매개로 하는 향락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며 백제가 낙화암에서 망하고 신라가 포석정에서 망한 것도 그 뒤에는 술이 있었다. 당나라의 현종은 양귀비의 치마폭에서 술잔에 빠져 나라가 기우는 줄도 모르고 있었으며, 근래에는 당시 우리 나라 최고 권력자가 그의 심복 권총에 의해 생을 마감할 때도 그가 애용하였다 하여 더욱 유명해진 술과 여자가 있었고, 임진왜란 때 왜장 게야무라 로구스케가 의기 논개에 의하여 진주 남강에 수장될 때도 술이 있었다.
또한 설화이긴 하지만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딸 세 자매 중 유화와 인연을 맺어 고구려를 세운 주몽을 잉태케 할 때도 술이 있었다.

 

이렇게 술은 순기능과 역기능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필요악 이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술의 폐해를 최소화 하고자 주례(酒禮)또는 주도(酒道)라 하여 술을 마실 때의 예의를 가르쳐 왔다.
"어른에게 먼저 술잔을 올리고 어른이 술잔을 주시면 반드시 두 손으로 받으며, 어른이 마신 뒤에야 비로소 잔을 비우되 돌아 앉아 마시거나 상체를 뒤로 돌려 마셔야 한다"라 하였고, 어른께 술을 따를 때는 도포의 소매가 음식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하여 왼손으로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 공손히 따르는 예법이 있었는데 이 예법은 지금도 그대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한 건강을 위한 주도(酒道)로 "술이 아무리 독해도 눈살을 찌푸리고 못 마땅한 기색을 하여서는 안되며, 빨리 마셔서도 안 된다. 술을 마셔 얼굴이 붉게 해서도 안되고 남에게 술을 굳이 권하지 말며 어른이 나에게 굳이 권할 때는 아무리 사양해도 안되거든 입술만 적시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지금에 와서도 이러한 주도가 맞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마시는 사람들 모두가 언짢은 기분이 들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고 주위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도록 마신다면 그것이 진정한 주도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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