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5년8월6일 (맑음)
어디로 : 양양 둔전리-무당터-화채봉-칠성봉-소토왕골-소토왕폭포-설악동
2005년8월6일 새벽 3시40분 양양 둔전리.
전날 밤11시에 양재역을 출발한 2대의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내린 70여명의 산악회원들이 양양 화채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동해 쪽으로 바라보면 우측으로 길게 뻗어있는 능선. 설악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권금성에서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바로 화채능선이며 그 가운데 가장 높이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가 화채봉(1,320m)이다.
화채능선은 1991년부터 자연휴식년제구간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통제 된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등산로를 개방할 경우 권금성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므로 앞으로도 개방되긴 어렵단다. 그런 것이 이유가 될 런지 모르지만.........
각설하고 그러한 연유로 산악회는 들머리는 화채봉 남쪽의 양양 둔전리로 하고 하산은 등로도 없는 급경사 구간인 소토왕골로 하는 어려운 코스로 정했단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등반대장으로부터 소토왕골은 등로를 찾기 어려우니 개인행동은 삼가라는 등의 산행시 유의사항을 듣고 가이드 선두대장을 따라 둔전골 저수지를 좌측에 끼고 임도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도중 만나는 작은 계곡들은 사람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탓인지 아주 깨끗하고 아기자기해 가족단위로 편안하게 쉬고 가기에 제격인 듯싶다.
임도를 따라가다 외딴 통나무집을 지나 작은 계곡 직전에서 우측 약수터 쪽으로 들어서 1시간 정도를 힘겹게 오르니 무속인 들이 제를 지낸다는 무당터가 나온다. 그곳에는 돌을 쌓아 잘 정리해 놓은 샘터와 위쪽으로는 제단들이 만들어져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샘물에서 물도 마시고 땀도 씻으며 한참을 쉬어도 후미가 도착하지 않는다. 무전으로 후미 대장에게 계속 위치를 물어봐도 6명(이들은 결국 1260봉에서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이 열심히 오르고 있다고만 할뿐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가시기 시작하자 선두대장은 할 수없이 출발 하잔다.
화채봉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능선에 올라서자 그동안 등산객들의 발길이 드물었던 탓인지 희미한 등로 옆의 무성한 나무 잔가지가 발걸음을 자꾸 더디게 한다.
1260봉에 도착하여 간식을 하며 땀을 식힌다. 후미그룹은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 봉우리는 발 디딜 틈도 없다. 선두는 다시 출발한다.
해 뜬지 한참 후라 햇볕이 벌써 뜨겁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옷에서도 물이 떨어질 정도다. 눈앞에 화채봉이 지척인데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화채봉 직전에서 절벽으로 끊어진 능선을 우측으로 한참을 돌아 내려가 화채봉 바로 밑에서 다시 좌로 돌아가니 오전 7시20분 드디어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화채능선에 들어섰다. 이제 10분정도만 오르면 화채봉 정상이란다.
그곳에서 준비해간 빵과 토마토로 아침을 해결하고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선두 서너 사람과 함께 후미를 기다리는 선두대장을 뒤로하고 먼저 화채봉 정상으로 올랐다.
와!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이것이 바로 땀 흘리고 오른 자 만의 특권이 아니던가! 거칠게 토해낸 숨소리와 무수히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감동이 더하여 전해진다.
남서쪽으로는 짙은 녹음에 물들여져 길게 뻗은 화채능선 정점에 우뚝 솟은 대청과 중청이 구름위로 보일 듯 말듯 하고, 북쪽 바로 앞에는 외설악 만경대가, 북동쪽으로는 공룡능선이, 그 아래 천불동 계곡을 따라 천화대, 만물상, 비선대 등이, 동쪽으로는 우리가 바로 밟을 화채능선상의 칠성봉 등이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경연이나 하듯이 구름을 머금은 채 뽐내고 서있고, 공룡능선 끝 오른쪽으로는 구름위에 떠있는 울산바위가 파란 하늘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화채(華彩)라는 이름이 이래서 붙여진 것은 아닐런지...........
화채봉에서 급경사의 낙석지대를 어렵게 내려서서 칠성봉에 이르는 동안에도 각도를 달리하며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었고 칠성봉에서는 이러한 조망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 한참을 머물면서 그 그림 같은 풍광을 눈에 새긴다.
칠성봉을 출발하여 능선을 조금 진행하자 약간 급한 낙석지대가 나온다. 이곳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이번에는 조금 완만하기는 하지만 길게 가로질러 가야하는 슬랩지대가 나온다. 아래쪽은 스틱에 의지하고 위쪽은 손으로 바위를 잡아가며 거의 다 통과할 즈음. 악! 스틱이 부러지며 그대로 미끄러진다.
물기가 있는 바위를 밟은 것이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부러진 스틱이 아깝다. 벌써 설악에서만 세 번째 부러트린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툭툭 털고 일어설 수밖에...........
이제 마지막 남은 관문은 오늘 산행에서 제일 난코스인 소토왕골이다. 권금성 가기 전 마지막으로 그리 크지 않은 계곡이 나오는데 이곳이 소토왕 폭포로 이어지는 소토왕골이다.
우리는 뚜렷한 길도 없는 이 계곡을 따라 등반대장을 선두로 물도 건너고 숲도 헤쳐 가며 내려간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몇 개의 沼와潭 폭포는 참으로 절경이다. 이러한 숨겨진 비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괜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중간에 회원 한명이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1시간이상 지체되어 짜증도 났지만 숲을 헤치며 급경사 지역을 내려오는 스릴도 맛보고 험로 끝에서 만난 소토왕 폭포의 장관을 마지막으로 감상한 후 한 무리의 젊은이 들이 암벽 등반을 즐기고 있는 노적봉 아래 한적한 계곡에서 몸을 식히고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오후 1시42분.
70여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느라 시간은 많이 소요되었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절경들을 눈에 새긴 행운을 자축하며 생맥주 한 잔을 단숨에 들이키는 것으로 총 10시간의 산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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