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06.06.17(토요일)
어디로 : 금평리-두문산-검령-설천봉-향적봉-중봉-오수자굴-백련사-삼공리매표소-주차장
월드컵 등 이런저런 사유로 일주일 내내 술에 찌들어 체력이 조금 우려되기는 하였지만 술독(?)도 뺄 겸 아침 일찍 덕유산 행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실었다.
2년 전쯤 장수 남덕유산부터 향적봉까지 종주 등 몇 번 향적봉에 오르긴 했지만 향적봉에서 서북쪽 적상산으로 뻗은 산줄기의 중간쯤에 있는 두문산을 거쳐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는 코스는 처음인지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10시44분 들머리인 무주 금평리에 도착 산행을 시작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약 10여분을 콘크리트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조그만 계곡이 나오고 거기서부터 계곡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을 이용하는 등산객이 많지 않은 탓인지 처음에는 계곡 옆으로 비교적 뚜렷한 오솔길이 있더니 조금 오르니 길도 희미해지고 폭우로 인해 여기저기 패인 흔적과 무성한 나무 잔가지 때문에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산악회 선두대장과 함께 더듬거리다 겨우 좁은 임도를 찾아 숨차게 10여분을 더 오르니 드디어 능선이다.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적상산이고 우측으로 가면 두문산이다. 이 능선은 아무 표지판도 없지만 덕유산과 적상산을 잇는 통로로 비교적 길이 뚜렷하다.
숨을 한번 고르고 육산의 능선길인지라 편한 마음으로 오르내리기를 20여분. 웬걸~ 게걸음으로 올라야 할 정도로 심한 깔딱고개가 가로 막는다.
나이 탓인지 술 탓인지 요즘은 고바위길이 무척 힘이 든다. 그래도 선두대장을 따라 한참을 헐떡거리며 오르니 11시40분 드디어 두문산 정상(1,051m)이다. 정상에는 표지석도 없이 비교적 넓은 헬기장이 닦여있고 멀리 무주 스키장의 정상인 설천봉과 오늘의 목적지인 향적봉이 보일뿐 조망이나 지형 등에 있어 별 특색이 없어 보인다. 아마 이 산이 목적지였다면 크게 실망하였을 듯싶다.
두문산 정상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와우~ 마치 팔등신 미녀들처럼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서 나를 반긴다. 소나무 향기가 폐부를 찌른다. 피톤치드가 온몸 속속들이 스며드는 기분이다. 두문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여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소나무 숲을 지나다보니 우리나라 특유의 멋진 곡선미를 뽐내는 소나무도 그 자태를 드러낸다.
소나무향과 피톤치드를 뒤로하고 조금 내려가니 12시02분 검령이다.
향적봉까지 3.5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처음으로 보인다. 1,051m인 두문산에서 다시 2~3백미터는 족히 내려왔고 1,614m인 향적봉까지 오르려면 약1시간 반은 소요될 것 같다.
힘을 내서 다시 출발한다. 검령 안부에는 잔디보다는 조금 긴 아주 부드러운 파란 풀이 마치 융단처럼 깔려있다. 팔베개삼아 한잠 푹 자고가면 신선이 따로 없을 텐데......... 아쉽지만 갈 길이 멀어 길을 재촉한다.
이제 설천봉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다리도 무겁고....... 숨도 차고........ 정말 오늘따라 힘이 더 드는 것 같다. 앞서 가는 선두대장을 바라보며 그냥 바위에 주저앉았다. 산행 약 2시간 만에 처음 앉아본다. 내친김에 허기도 지는 것 같아 요기를 하고나니 피로가 조금 회복되는 것 같다.
요기를 하고 가파른 바위능선을 조금 오르니 1,525m의 설천봉이다. 고사된 주목, 살아있는 주목 등이 어우러져 고산지대의 특유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저 아래 무주리조트시설단지, 파란 스키슬로프, 주인을 잃고 쉬고 있는 리프트는 주변의 산세와 어울려 그런대로 멋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나 , 오늘도 쉬지 않고 사람을 실어 나르는 곤도라와 정상의 팔각정 등 시설물은 왠지 눈살이 찌푸려진다. 나만 2시간 이상 힘들여 올라와 손해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은 우리나라 남한에서 4번째 높은 산이다. 이런 고산지대에는 모르긴 몰라도 흔치않은 생태계가 분포해 있을 텐데 곤도라로 올라온 수많은 인파에 자연스럽게 파괴되고 있을 것이다.
설천봉을 지나 향적봉으로 오르는 동안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오르는 나를 측은한 듯 바라보는 눈길에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어쨌든 오후 1시25분 드디어 향적봉에 올랐다. 향적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사방이 모두 시원하다. 남덕유산은 물론이고 멀리 지리산까지 보이는 듯하다.
중봉으로 가는 등산로 좌우에 펼쳐진 주목군락과 덕유 평전의 야생화들....... 고산지대의 특유한 모습은 항상 나를 들뜨게 하는 건 웬일인지.......
중봉에서 바라보는 남덕유산 방향의 능선 등로는 참 한가로워 보여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그동안의 피로도 푸근한 마음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수자굴을 지나면서 들리는 물소리가 더욱 시원하다.
계곡을 보는 순간 하산길은 아직 멀었지만 왠지 여기서 알탕(?)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은 생각에 훌훌 벗어던지고 조그만 폭포수 아래 몸을 맡긴다. 아~~ 이 기분, 이 짜릿한 맛, 뭐라 형용키 어려운 황홀함, 더구나 무주구천동계곡의 제일 위 상류라는 사실이 더더욱 나를 들뜨게 하는 것 같다.
폭포수에 몸을 식히고 땀에 절은 옷을 갈아입으니 상쾌함에 휘파람이 절로난다. 구천동계곡을 옆에 끼고 내려오면서 보는 경치 또한 여느 계곡에 못지않다.
백련사까지의 계곡은 그리 넓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맛을 주고 .........
백련사 아래부터는 계곡이 넓어지면서 크고 작은 폭포와 담들이 발을 옮기는 곳마다 즐비하다.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스러운 구천폭포........
2개의 계곡이 만나는 구월담.......
선녀들이 하얀 날개를 펼치며 춤을 추듯이 두 가닥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푸른 담소를 이루는 월하탄........
오수자굴부터 근 이십리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갈아입은 옷이 다시 땀에 젖어온다. 매표소 직전 마지막으로 계곡물에 간단하게 땀을 식히고 매표소를 통과하니 오후 4시24분. 장장 5시간40분간의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키고 버스에 몸을 실어 두문산 덕유산 산행을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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