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산상의 야생화원

산벗 2005. 7. 16. 01:20


지난 일요일(‘05.07.10) 금대봉 대덕산을 다녀왔다. 그 전 주말에도 장마 때문에 산행을 포기 했던 터라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출발을 했는데 잔뜩 흐린 것이 오히려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해발 1,418m의 금대봉은 강원도 정선군 고한리와 태백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제당굼샘·고목나무샘이 소재하는 의미 있는 산이며 금대봉과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대덕산(1,307m)일대는 산상의 야생화원이라 불리는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이다.


산행은 해발 1,200m가 넘는 싸리재 정상에서부터 시작하여 금대봉~고목나무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안창죽동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였다. 싸리재에서 금대봉 까지는 약 2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오르는 길은 백두대간 길로 임도를 따라가다 금대봉 정상 직전 숲을 헤치며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바로 정상이다.


금대봉 정상은 그리 넓지 않은 평지에 어느 산악회에서 세워놓은 조그만 정상석이 있고 남쪽으로는 함백산이, 동쪽으로는 외국에서나 봄직한 풍력발전용 풍차가 한가롭게 돌고 있는 매봉산이 보이고 남서쪽 산 밑에는 카지노 건물이 우뚝 서있는 강원랜드가 보인다.


금대봉에서 대덕산 까지는 약 1시간30분쯤 소요되는데 고저차는 최대 300m내외의 비교적 무난한 능선길이다. 금대봉에서 동쪽으로 난 길은 매봉산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이므로 올라온 쪽에서 왼쪽 길로 내려서야 대덕산으로 갈 수 있다. 금대봉에서 내려서서 다시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 안부를 비스듬히 횡단을 하게 되는데 그 초입에 들어서면 고목나무샘이 나온다. 그 고목나무샘은 한강의 발원지라 적힌 허름한 작은 나무 팻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만큼 아주 작은 샘이었다.


금대봉에서 분주령까지 가는 길은 좌우로 나리꽃 등 야생화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이름 모를 야생화와 산딸기 오디가 발걸음을 자꾸 더디게 한다.

분주령 갈림길에 도착하니 주변은 나무가 없는 초지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민들레인지 들국화인지 그런 비슷한 꽃들과 원추리 등 비교적 줄기가 큰 풀꽃들이 마치 갈대숲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검룡소 안창죽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우리는 계속 직진하여 대덕산 정상으로 향했다.


대덕산 정상 바로 직전에도 군데군데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는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었지만 정상에는 넓은 초지가 온통 야생화로 뒤덮여 있었고 잔치를 벌이는 듯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나비와 벌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산상의 야생화원이란 말이 결코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정상에서 초지로 되어 있는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보면 초지가 끝나는 무렵에 오솔길 같은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직진하면 아주 가파른 코스라 조금 위험하고 우측 길로 들어서면 무난한 하산길이란다. 그쪽 코스를 타고 능선 안부를 내려서면 분주령 갈림길에서 검룡소로 가는 비교적 넓은 길을 만난다. 그길로 조금 내려가니 갑자기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땅속으로 흐르던 물이 지표면으로 나와 흐르는 소리다. 입산 통제소 직원의 말로는 그곳은 가물 때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입산 통제소 직전에서 우측으로 조금 올라가면 국립지리원이 공인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이나 고목나무샘이 검룡소 보다 위에 위치하고 있어 실질적인 한강발원지라고도 하지만 검룡소에 가보니 국립지리원이 왜 그곳을 한강발원지로 공인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검룡소는 지름이 약5m정도 되는 못으로 그 안에서 하루 약 2천여톤의 물이 솟는데 그 물은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의 굴에서 솟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 검용소에서 다시 솟아나와 514km의 한강발원지가 되는 곳이라고 한다.

실제 검룡소를 보니 깊이를 알 수 없는 속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눈에 보이는데 그 솟아오른 물이 곧바로 용솟음치듯 20여m의 폭포를 이루며 쏟아지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또한 그 물의 수온은 사시사철 9도 정도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약2백미터 정도 아래 계곡물에 몸을 담궈 보니 심장이 멎는 것처럼 차가워 10초도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실제 체감 온도는 9도보다 훨씬 낮은 것 같았다.

그러나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는지라 꿋꿋하게 참아가며 몸을 식히고 나오니 그 상쾌함이란......


이번 산행은 4시간도 채 되지 않는 산행이었지만 산 정상에 펼쳐진 야생화원을 감상한 것과 한강의 발원지를 돌아 본 것 특히 한강의 발원을 온몸(?)으로 맞은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