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대승폭포와 십이선녀탕

산벗 2005. 7. 25. 20:51
 


2005년7월17일 설악산 서북능선 쪽의 비경을 보고자 장수대에서 출발하여 대승폭포 대승령을 거쳐 해발 1430m의 안산에 오른다음 12선녀탕계곡으로 하여 남교리로 하산하는 산행에 안내산악회의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장수대에서 빠른 걸음으로 40도 이상의 급경사를 30분쯤 숨 가쁘게 오르면 대승폭포가 나오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물은 많지는 않았지만 병풍처럼 둘러선 88m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웅장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대승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와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폭포 중 하나라고 한다. 그중 대승폭포의 높이는 박연폭포나 구룡폭포의 2배정도 높고 장엄하여 폭포중의 왕자라 칭하기도 한다고 한다.


대승폭포 전망대에서 한숨을 돌린 후 1시간 정도 내쳐 오르면 대승령 갈림길 이다. 우측으로 오르면 귀떼기청봉을 거쳐 대청봉(12.7km)으로 향하는 길이고 직진 하면 흑선동 계곡으로, 좌측으로 향하면 안산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향하는 길이다. 안산을 거치지 않고 12선녀탕으로 해서 남교리로 하산하면 5시간(8.6km), 안산을 거치면 6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이란다.


그곳에서 능선을 타고 안산 쪽으로 25분정도가면 안산으로 향하는 길과 남교리로 바로 하산하는 안산갈림길이 나온다. 산악대장을 비롯한 우리 선두일행 4명은 곧바로 안산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 왼편에는 천길 절벽이고 그곳에서 보는 조망이 환상적이라 하는데 그날따라 안개가 잔뜩 끼어서 발아래는 5m이상 보이지 않았다. 산악대장의 말로는 너무 아찔하여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단다. 그래도 중간 중간에 보이는 고사목과 야생화 그리고 절벽에 뿌리를 박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작은 나무들이 고산지대의 이색적 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안산갈림길에서 약 40분정도 걸려 도착한 안산 정상에 서니 역시 발밑에는 안개뿐 주변 경관은 전혀 볼 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작은 침엽수와 옷깃에 내려앉은 운무가 마치 겨울의 상고대를 연상케 하는 광경과, 잠시 쉬는 동안 추위를 느끼게 할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을 체험한 것에 위안을 삼으며 떡과 과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 길에 만나는 12선녀탕의 계곡은 천불동 계곡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천불동 계곡은 깊은 계곡과 그 주변의 암릉이 함께 어우러져 멋을 내고 있지만 12선녀탕 계곡은 7부 능선 정도부터 계속 이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와 탕의 기묘한 여러 모습이 넋을 잃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얌전하고 포근한 느낌의 두문폭포부터 복숭아를 꼭 빼어 닮은 복숭아탕, 비교적 웅장한 물줄기를 토해내고 있는 응봉폭포 등,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아름다운 비경이 계속 펼쳐져 있다.


원래 이곳 계곡에는 12개의 폭포와 12개의 탕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세어본 사람들은 8탕8폭이라 한다. 세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어떤 말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대로 좋다.

그 아름다운 비경에 한눈을 팔고 내려오다 물기 젖은 바위에 미끄러져 스틱이 부러질 정도로 크게 넘어지긴 했지만 작은 골에서 흘러내리는 조그만 폭포에 들어가 몸을 식히는 기쁨도 맞볼 수 있는 정말 다시 가보고 싶은 설악산의 숨은 비경을 경험한 산행 이었다.